우연과 인연과 필연이 겹친, 삼표시멘트에서 일군 三代의 이야기, 전기팀 홍성기 선임반장
삼척에 삶터를 잡고 산 것이 우연, 삼표시멘트에 발을 디딘 것이 인연이라면, 삼대에 이어 같은 회사를 다니게 된 것은 분명 필연입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을 여섯 번이나 훌쩍 넘고 넘는 동안 인생을 잇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 단단한 삶을 일군 3대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홍가네 3대의 삶과 함께해온 삼표시멘트
“삼표시멘트는 저에게 ‘심장’ 입니다.”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진심을 담아 한마디를 전한 홍성기 반장. 1990년에 입사해 올해로 32년째 근속 중인 전기팀의 홍성기 반장에게 삼표시멘트는 단순한 회사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조부님과 아버지에 이어 저까지 3대째 삼표시멘트에 몸담고 있습니다. 사실 삼표시멘트(구. 동양시멘트)가 삼척의 향토기업이기도 하여 회사 내에서 3대를 넘어 4대까지 근속 중인 분들도 몇 있어요. 좀 쑥스럽지만 그런 분들을 대표해서 이야기한다 생각하고 나왔습니다.” 겸손한 홍 반장의 말과 달리 ‘3대가 모두 한 회사에 다녔다’는 것 자체로 지금 시대에 비춰봤을 때 흔하거나 절대 가볍지만은 않다. 그 말 속에는 할아버지부터 손자로 이어진 그들의 지난 시간과 농축된 삶의 무게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한 회사에 30년 이상 다니는 것 자체로도 귀하고 힘든 일인데, 무려 3대가 한 회사에서 근무했다는 것은 마땅히 높게 평가 받을만한 일이다. ‘삼표가 아니었다면 힘든 일이었을 것’이라며 넌지시 전하는 홍 반장의 말속에 회사를 향한 숨길 수 없는 애사심이 엿보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다 이곳에서 근무하시면서 생계를 이어 가셨고, 저 또한 사회의 구성원이자 가장으로서 가정을 꾸리고 큰 어려움 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 보니 언젠가부터 회사를 개인적으로나 가족 모두의 삶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더라고요. 회사를 ‘심장’ 같다고 표현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익숙한 듯 낯설었던 삼표시멘트와의 첫 만남
조부 이전부터 삼척에 터를 잡고 살았던 터라 삼표시멘트는 홍반장을 비롯해 가족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회사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홍 반장이 어린 시절부터 삼척에서는 삼표 직원이라고 하면 주변에서 좋은 회사 다닌다고 알아주고 치켜 세워주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삼표시멘트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성장할 때까지 변함없이 이곳에 있었어요. 여섯 살 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사원 아파트에 살기도 했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도 다니셨던 회사다 보니 아버지께서 입사를 권유했을 때도 심적으로 쉽게 또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죠.”
삼척 토박이로 이곳을 한 번도 떠난 적 없었던 스물네 살의 홍 반장은 그렇게 제대 후 4개월 만인1990년 6월, 삼표시멘트에 첫 발을 들이게 되었다. 몇몇 얼굴을 아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첫 회사생활이자 아버지와 함께 근무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녹록지만은 않았다. “아버지와 함께 근무가 겹쳤던 기간이 2년 반 정도였어요. 처음에는 제가 형이라고 부르던 분들이 아버지를 형이라고 부르니까 족보도 꼬이는 것 같고(하하), 일도 서투르니까 너무 어색하고 힘들더라고요. 적응할 때까지 몇 개월간은 지금 돌이켜봐도 앓는 소리가 절로 납니다.”
전기과를 졸업한 후 삼표시멘트 전기팀에 들어와 생산기술직 업무를 담당해온 지 어느덧 30여 년. 아버지와 함께 근무하며 일을 배우던 이십 대의 풋풋했던 청년은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현재는 선임반장으로서 전기팀을 이끄는 수장이 되었다. 그동안 여러 번의 기쁨과 위기의 순간들을 겪어오면서 더욱 단단해졌다는 홍반장. “내년이면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나이가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가 30년 근속패를 받으셨던 사진을 다시 보니 또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이제는 제가 아들에게 혹시 하는 마음에 ‘삼표에 들어올 생각이 있냐’ 넌지시 물었습니다. ‘들어갈 수 있으면 너무 좋지’ 라고 단번에 답변하는 아들의 모습에 기분 좋게 놀랐습니다. ‘운이 좋다면 4대가 이어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뿌듯하고 웃음이 나더라고요.”
인생을 바꾼 아버지의 말 한마디
34년을 근무한 아버지의 뒤를 따라 굳건히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아들. 그가 기억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어떤 모습일까. “제가 6살 때 할아버지(故 홍순길 씨)가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할아버지에 대해 남은 기억이 흐릿하긴 하지만 아버지께 전해들은 바로는 광산 쪽에서 몇 년 정도 근무하시다가 다리를 다치게 되셨다고 들었어요. 그 때문에 아버지가 고등학교 졸업을 얼마 앞둔 시점부터 일을 시작하게 되셨죠.” 홍 반장보다 더 어린 나이에 갑작스레 직장생활을 하게 된 아버지(故 홍윤식 씨). 홍 반장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말 한마디에 어디에 있든 당장 달려가야 할 만큼 많이 엄하셨던 분이시라고. “자식들이 어릴 때부터 엄격하게 키우셨어요. 다리를 다친 할아버지 대신 19살 어린 나이에 가족들의 생계를 짊어지다 보니 부담감이나 책임감도 크셨을 거예요. 표현이 많은 분도 아니어서 어렸을 때는 그저 무섭기만 했었는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많이 유해지셨죠.”
어느 날 뇌출혈로 갑작스레 쓰러진 아버지를 몇 년간 정성스레 보살피며 부자 사이는 훨씬 더 돈독해졌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아버지는 다행히도 많이 회복되어 의사소통도 가능해졌다. 이후, 돌아가시기 전 3년간 나눴던 이야기가 건강할 적 했던 대화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하니, 그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안타까웠을지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삼표에서 일을 해보겠냐는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아니었으면 삼표와 함께 다듬어진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할아버지는 광산에서, 아버지는 3호 원료밀, 저는 전기팀에서 서로가 다른 업무, 다른 부서 에 있었지만 삼표에 대한 마음은 똑같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올곧게 하나의 길을 걷는다는 것
홍 반장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간다. 8시에 출근해서 팀원들과 아침 조회를 통해 밤사이 발생한 일에 대한 인수인계를 하고 오늘 작업할 구역과 설비에 대한 사전 정보를 공유하고 업무를 전달한다., 이후에는 팀원들이 현장에서 점검한 내용을 토대로 보수ㆍ교체 등 개선방향을 정리 보고하고, 다른 팀 반장들과 회의를 하는 등 숨 돌릴 틈 없이 빼곡한 스케줄로 가득 차 있다. “30년간 같은 업무를 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배울 것, 공부할 것이 많아요. 작년에 최신 자동화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중앙제어시스템으로 공장이 운영되고 있거든요. 변화하는 움직임에 맞춰 계속 스스로 발전해갈 수 있도록 한 곳에 고여 있지 않고 도전해가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 힘차게, 매사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는 홍 반장은 센스는 물론, 흥도 많고 말주변도 좋아 그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항상 넘쳐난다. “안전하고 즐겁게,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하게 회사생활을 마치는 것이 앞으로의 남은 목표입니다. 삼표시멘트는 직원 복지뿐만 아니라 예전부터 지역을 위해 활발하게 사회 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 많은 직원들이 애사심을 가질 수 있는 회사, 자랑이 될 수 있는 회사로 커나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뒤를 잇는 후배들 또한 멈추지 말고 회사와 함께 성장해 나가길 바라겠습니다.”
신념이 흔들렸을 때, 인생은 그 의미마저 잃고 만다. 바꿔 말하면 인간의 근본을 지탱해 주는 신념을 잃지 않고 굳건하게 지켜나간다면 인생 또한 풍성하게 꽃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1대, 2대, 3대가 모두 삼표인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변하지 않는 삼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대손손 삼표에 몸담고, 주저 없이 삼표를 ‘또 하나의 심장’이라 말하는 홍 반장까지, 흔들림 없이 외길을 걸어온 올곧은 3대의 신념이 울림 가득한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