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공장화와 스마트건설, 친환경으로 향하는 길이 되다
건설산업연구원 김우영 연구위원
많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면 상승, 이상기후 등 전 지구적 재앙을 걱정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각국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제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21년 12월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는 2018년 대비 2030년에는 온실가스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목표배출량 4억 3,660만톤)는 내용이다. 이 목표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크든 작든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라는 대전제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했고, 건설 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2016년부터 회자되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는 순식간에 우리 삶에 파고들기 시작해서 우리의 관심과 삶의 형태를 바꿔놓고 있다. 모든 산업분야 중에서 변화와 발전이 가장 느리다고 알려져 온 건설산업조차도 디지털화되며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등 새로운 기술의 영향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건설업계에도 ‘스마트건설’이라는 화두가 등장하며, ‘친환경 건설’과 더불어 하나의 큰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건설산업에서 스마트화와 친환경은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한다. 건설과정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폐기물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건설체계로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이미 완공된 시설물이 배출하는 오염물질까지 고려한다면 건설과정뿐만 아니라 시설물 자체의 스마트화까지 고려해야 한다. 스마트건설의 목적이 단순히 건설생산성을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설산업의 친환경 생태계를 구축하는 새로운 대안이 되어야 할 시점이다.
#1 다양하게 추진된 해외 국가별 건설혁신
전통적인 건설생산 방식으로는 건설생산성의 한계가 명확할 뿐만 아니라 환경파괴자로서의 건설산업 이미지를 강화한다. 이런 점을 인식한 선진국들은 정부 차원의 노력으로 스마트건설을 통한 생산성 혁신과 더불어 친환경 건설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영국은 30년 가까이 건설산업 혁신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994년 ‘Constructing the Team’ 을 시작으로 ‘Rethinking Construction’(1998), 중간성과 평가인 ‘Never Waste a Good Crisis’ (2009), 건설전략에 대한 ‘Construction 2025’ (2013)와 2차 성격의 중장기 전략인 ‘UK Govern-ment Construction Strategy 2016~2020’ 등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건설산업의 스마트화를 본격적으로 다룬 ‘Construction 2025’에서는 스마트건설을 토대로 한 친환경 건설의 방향성 제시가 정부와 산업의 공동 책무라고 주장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Digital Built Britain Agenda’에서는 정부 주도하에 스마트건설과 디지털 설계 부문의 경쟁 우위를 창출해야 한다고 피력했으며, ‘Green Construction Board’에서는 건설환경 변화에 따르는 일자리 및 성장 기회 확보를 위해 시장과 기술 기반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건설산업 목표로 생산성 향상을 제시하고 각 분야별 20개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그중엔 건설장비의 자동화를 통해 건설산업에 우수인력을 진입시키겠다는 ‘i-Construction’이 포함되어 있다. 조사와 측량, 설계, 시공, 검사 및 유지관리 등 모든 건설생산 과정에 ICT기술을 활용한 건설자동화를 추진하여 건설현장의 생산성을 20%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도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Construction 21’운동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2016년에 자동화 장비 및 로봇, 3D 입체설계 기법인 BIM 과 가상설계 기술 등 7대 핵심기술 분야를 제시하고 기술개발로드맵을 발표했다. 또한 도시의 스마트화를 위해 디지털 도시모델인 ‘Virtual Singapore’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3D 모형에 건물의 모든 정보를 통합해서 상호 연계하는 BIM적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통해 인프라 관리를 최적화하며 도시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이다.
미국은 선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민간 기업들의 주도하에 다양한 스마트건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설계단계부터 시공 노하우를 접목하는 발주방식이 폭넓게 활용되면서 모듈러공법과 같은 공장제작 및 현장조립 방식이 이미 활성화되었다.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설계·시공 분야의 첨단화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현실 속 사물과 공간을 컴퓨터에 복제하여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자동화 및 계측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2 우리나라의 건설혁신, 핵심은 ‘스마트건설’에 대한 공통시각
우리 건설기업들도 30여 년 전부터 건설산업에 ICT를 도입함으로써 생산성 향상과 건설상품 고도화를 추구해왔다. 2000년대부터는 BIM 적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BIM 의무화’ 등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과 건설업계의 자체적인 노력으로 BIM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2016년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하여 전체 산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왔고, 건설산업계도 이른바 핵심 신기술로 분류되는 AICBM(AI, IoT, Cloud, Big Data, Mobile)과 드론, 로봇 등 건설자동화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되었다.
다만 이 많은 기술이 제각각 개발되고 적용되는 건 분명한 한계를 낳는다. ‘스마트건설’에 대한 공통적인 시각이 아직도 부재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기술이 가진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스마트건설에 대한 핵심 골격이 분명하지 않으면 개별 기술의 평면적인 나열에 그치고 만다. 이렇게 비효율적인 기술 개발이 추진력을 받아 스마트건설로 이어지기란 어렵다. 가까운 사례로 일본 건설업계를 참고할 수 있다. 1980년대 버블경제 호황기에 건설자동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며 급격히 성장했던 일본 건설업계는 1990년대 초반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우수인력이 대거 이탈하고 기술개발이 중단되어 실제 산업의 도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3 건설생산성 혁신의 핵심은 ‘건설산업의 공장화’
그동안 현장중심 생산체계에 기반했던 건설산업은 비표준화 및 비규격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높고, 공장중심 생산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과 폐기물 배출량이 높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로 인해 건설산업은 디지털화와 프로세스 혁신이 어려워 다른 산업에 비해 발전 속도가 매우 더뎠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건설업계에서 제시하고 있는 방안은 ‘건설산업의 공장화’이다. 모듈러공법이나 PC공법처럼 공장에서 우선 제작하고 현장에선 설치만 하는 ‘탈현장(OSC: Off-Site Construction)’ 방식으로 현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 당시 정부 정책과 맞물려 전국 18개의 PC 공장이 설립되는 등 건설생산성 혁신을 위한 PC공법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공동주택의 초고층화 및 국내 기준 또는 공법상의 문제로 시공 물량이 급격히 줄어 대부분의 PC 공장이 폐쇄되며 이때의 건설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 따라서 실제로 건설산업이 공장화를 추진하여 탈현장 방식을 적용할 땐 문제 요인은 없는지 반드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국내 PC시장은 아파트 주차장과 물류센터에서 지식산업센터, 반도체 공장, 데이터 센터 등으로 적용범위가 다양해지며 다시 도약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PC공법 적용 범위를 넓히기 위해 공법ㆍ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들의 PC공법 적용률은 낮은 수준이지만 국내 PC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PC공법은 공장에서 사전 제작된 기둥, 보, 슬래브 등 콘크리트 부재를 현장에서 조립ㆍ설치하는 공법이다. 현장 타설 대비 공정과 관리가 간편하고 균열과 누수 가능성이 적어 안전성이 높다. 특히 사전에 생산함으로써 보다 고품질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아울러 공사 중 폐기물 발생량을 최소화할 수 있어 친환경 공법으로도 평가 받고 있다.
#4 공장화에서 답을 구하는 친환경 건설
건설산업을 공장화하고 스마트건설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 생산체계를 최적화한 공장화를 통해 전통적인 건설방식이 유발하는 불필요한 자원 낭비와 탄소배출을 최소화함으로써 친환경 건설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다수의 해외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공장화와 스마트건설이 자원부족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건설산업의 솔루션이다. 건설생산은 필수적으로 에너지와 자원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폐기물 배출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전체 산업분야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건설산업이 친환경 건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해답을 건설현장의 공장화와 스마트건설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의 내용은 필자의 의견으로 삼표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