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콘크리트와 브루탈리즘, 그리고 안도 다다오

ⓒhiromitsu morimoto

콘크리트 건물 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무엇인가요? 아마도 회색의, 매끈한 외관을 가진 ‘노출 콘크리트’ 건물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인더스트리얼 컨셉의 카페나 건물들이 인기를 끌면서 더 눈에 많이 익고 있죠. 

 

노출 콘크리트와 ‘브루탈리즘’  

사실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건물들은 대부분 콘크리트로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골조나 기초로 쓰이고 대리석이나 타일, 목재 등 다양한 마감재 등에 감싸져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죠. 그렇게 ‘구조’로만 존재하던 콘크리트가 건축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건 1950년대부터입니다. 

‘노출 콘크리트’는 별도의 외장재를 사용하지 않고 기초 콘크리트의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건축 기법을 말합니다. 노출콘크리트 기법은 1950년 영국에서 시작되어 미국, 유럽에서 유행했던 브루탈리즘(Brutalism)과 관련이 높습니다. 브루탈리즘은 ‘원시 콘크리트’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béton burt’에서 유래했고, 모더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The Geisel Library ⓒO Palsson

2차 대전 전후 영국, 특히 런던에서 등장했던 브루탈리즘을 표방한 건축물은 장식보다 재료, 질감 및 구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큰 규모, 기하학적인 선, 견고한 콘크리트 프레임, 높은 천장, 노출콘크리트 위주로 시각적으로 웅장한 느낌을 주며 장식보다는 기능을 우선시합니다. 별도의 장식 없이 콘크리트 그대로 마감하는 ‘노출 콘크리트’ 방식으로 비교적 저렴했던 건축비 덕에 전후 공공청사 등을 재건하고, 주택을 짓는데 많이 활용됐습니다. 

요즘에는 콘크리트 외관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당시에 브루탈리즘 건축물은 심미적으로 인정 받지 못했습니다. 별다른 색, 장식 없이 회색의 칙칙한 콘크리트로 마감된 구조만 돋보이는 건물들은 ‘짓다 만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했고, 지역에서 ‘못 생긴 건물’에 이름을 올린 건축물도 적지 않았습니다.

 

브루탈리즘과 안도 다다오 

노출 콘크리트하면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안도 다다오는 브루탈리즘을 대표하는 건축가 르 코르비쥐에(Le Corbusier)의 영향을 받아 1970년부터 지금까지도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죠.

실제 그는 자서전에서 “실제로 1970년대 내가 노출콘크리트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도 미학적 의도에서만은 아니었다. 벽 안팎을 단번에 마감할 수 있는 노출 콘크리트는 제한된 예산과 대지에서 최대한 커다란 공간을 확보하고 싶다는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한 해결책이었기 때문이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안도 다다오는 복서 출신의, 정규 건축교육을 받지 않은, 세계적인 건축가로 명성이 높은데요.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빛과 콘크리트의 예술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에서 사용되는 재료는 한정적입니다. 콘크리트와 유리, 그리고 빛과 물, 자연을 가지고 그 장소에 잘 어울리는 건축미를 선보입니다. 

‘빛의 교회’는 1989년 오사카 교외의 주택가에 지어진 그의 대표작입니다. 건물은 콘크리트 한 레이어로 구성되어 외벽과 내부 그대로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되어 있고, 예배당 한 쪽 벽에 십자가 모양의 틈새를 만들어 빛을 공간으로 끌어들였습니다.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예배당 안으로 들어온 빛과 콘크리트의 조화는 차원이 다른 몰입감을 줍니다.

ⓒNaoya Fujii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물의 절’은 오사카 인근 아와지시마 시에 위치해 있습니다. 사람 키보다 높은 콘크리트 벽을 따라 사찰로 들어가면 큰 연못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곳이 바로 물을 지고 있는 절입니다. 기존의 사찰 구조와는 전혀 다르게 실제 법당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연못 가운데에 절로 내려가는 노출 콘크리트 계단이 위치하고 있어 방문객은 연꽃이 있는 물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Forgemind ArchiMedia

제주 섭지코지에 위치한 유민미술관(구, 지니어스 로사이)는 안도 다다오 건축 철학을 잘 드러내는 건축물입니다. 현무암으로 만든 ‘돌의 정원,’ 억새와 바람을 품고 있는 ‘바람의 정원,’ 물이 쏟아지는 ‘물의 정원’을 만날 수 있으며 콘크리트 벽 가운데 수평의 좁은 창을 통해 성산일출봉까지 보고 나면 지니어스 로사이가 제주의 풍경을 해치지 않기 위해 경사 지붕을 지고 반쯤 땅 속에 묻혀 있습니다. 

안도 다다오는 장식 없이 원초적인 콘크리트를 사용하지만, 이질적인 재료를 자연과 조화시키는데 천부적입니다. 그의 이런 감각이 ‘노출 콘크리트’라는 재료를 더욱 매력적이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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