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부대, 철벽수비, 철의 장막. 위의 단어들을 보면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시나요? 절대 흔들리지 않는 단단하고 견고한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이런 느낌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단어 속에 녹아 있는 한 글자, 바로 ‘철’ 때문일 겁니다.
철, 인류의 역사를 바꾸다
철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금속입니다. 청동기 시대를 지나 철을 다루는 기술이 발전하며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데요. 철로 더 단단하고 날카로운 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되자 영토와 세력을 확장하려는 부족간의 대결이 늘어났고, 힘이 센 부족들이 지배력을 넓히며 국가의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또 철기가 널리 보급되며 철제 농기구를 제작하게 되었는데요. 나무나 돌로 만든 기존의 농기구보다 훨씬 더 농사짓기가 편리해져 농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인류 역사에 많은 영향을 미친 철은 오늘날에도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금속이기도 합니다. 우산, 파이프, 농기구처럼 작은 물건부터 운송수단, 건물, 기계까지 사실상 거의 모든 분야에 쓰이고 있죠. 이렇듯 우리 일상 생활에서 분리가 불가능한 만큼 철이 우리의 일상에 녹아 있는 점은 바로 풍부한 매장량도 한몫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매장량이 많은 흔한 금속이라 해도 지구의 자원은 유한합니다. 마음 놓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다 보면 언젠가 위기의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르죠. 또한 자원을 활용할 때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잔뜩 제작된 물건들이 결국 쓰레기로 돌아와 환경과 인간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업계에서도 철을 무작정 채굴하지 않고, 기존의 철을 재활용하여 환경과 경제를 모두 위하는 방법을 실천하는데요. 바로 ‘철스크랩’ 입니다.
철스크랩, 환경과 경제를 모두 지키는 방법
철스크랩은 철과 스크랩의 합성어입니다. 스크랩은 조각, 파편, 토막이라는 의미를 지녔는데요.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례로 ‘고물상’이 있습니다. 트럭이나 리어카로 이동하며 고철이나 고장 난 전자제품 등을 수거하는 모습이죠. 이렇게 수거된 물건 중 재활용이 가능한 고철과 폐자동차 등은 길로틴, 슈레더 등의 가공 · 정제 설비를 거쳐 제강사의 원료로 새롭게 태어나게 됩니다.
흔히 ‘고철(古鐵)을 재활용한 철스크랩은 철광석, 원료탄과 함께 철강산업의 3대 원료로 쓰이며, 특히 전기로 제강 공법의 주요 원료입니다.
철스크랩은 자동차, 기계, 선박 등 크기나 부피가 거대한 폐기물만 해체하여 활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건축물 철거시 발생되는 철근, 형강 등도 모두 철스크랩의 대상이 되죠. 또 우리 주변의 자전거, 우산, 가전제품 등 모든 물건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폐기물이 된 일상 생활 용품도 이물질을 제거하고 철로된 부분을 분리하면 철스크랩을 통해 재활용될 수 있죠. 거의 무한하게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입니다.
철스크랩의 종류
업계에서는 발생원에 따라 철스크랩의 종류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첫 번째, 가공스크랩은 철강 제품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됩니다. 예를 들면 자동차 외장을 생산하기 위해 철판을 프레스 작업하고 남은 자투리 철판이 가공스크랩에 해당되죠.
두 번째, 노폐스크랩은 용도를 다한 철강 제품을 폐기할 때 발생됩니다. 건물 철거 시 발생되는 폐철근, 폐형강류, 폐기계 등을 해체할 때 발생되는 폐철강류가 이에 해당됩니다.
세 번째, 자가 발생스크랩은 고로, 전기로 등 철강재 생산과정에서 제품화에 부합되지 않거나, 생산 공정 중 발생되는 자투리 스크랩입니다. 자가발생은 철강재 생산공정상에 발생되는 철스크랩을 제강사 자체적으로 원료로 재사용합니다.
철스크랩 대표 가공 설비
각자 다른 곳에서 제 역할을 마치고 모인 철 조각들은 어떻게 다시 제2, 제3의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까요? 철스크랩에 필요한 대표 설비들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슈레터
폐자동차에 포함된 철스크랩, 비철 등의 유가품을 선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설비입니다. 폐차장에 수명이 다한 자동차를 폐차하게 되면 폐차장에서 엔진, 폐전선 등의 유가품을 1차적으로 수거하고, 나머지를 슈레더 설비를 보유한 업체로 보냅니다.
폐자동차는 철판, 비철, 고무, 유리, 시트, 플라스틱 등이 혼재되어 있어 그대로는 재활용할 수 없으므로, 슈레더 설비에 투입하여 잘게 파쇄(Shredding)한 후 풍력으로 폐기물을 선별하고, 자력선별로 철스크랩을 구분하고, 와류선별로 비철류를 골라낸 후 중액선별기와 수선별을 통해 알루미늄, 스텐, 구리 등 세부 선별하여 자원화하고 있습니다.
슈레더 가공을 한 철스크랩은 크기가 작고 형태가 균일해 제강사에서 원료로 사용할 때 로(爐)장입성과 용해성이 좋아 전력비가 절감되며, 조업간 로벽 손상 등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길로틴
철거현장 등에서 발생되는 철스크랩의 경우 해체되는 과정에서 형상과 치수가 제각각이기에 적재와 보관이 어려운 문제점들이 발생됩니다. 부피, 모양이 저마다 달라 운반 차량에 적재와 보관이 어려우면 운반 효율이 떨어져 물류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또 로에 장입하기 어렵고 용해성이 떨어져 조업 효율 낮아지게 되죠.
길로틴은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철스크랩을 압축/절단하는 설비입니다. 길로틴은 부피와 모양이 다른 철스크랩을 1㎥이내 크기의 사각형태로 만들어 철스크랩 운반 시 물류비를 절감하고 제강사에서 원료 투입 시 장입성을 높입니다.
철스크랩을 철강제품으로 만드는 로(爐)
제강사에서 쇳물을 만들기 위해 철강원료를 투입하고 철의 용융점인 1,538도 이상 가열할 수 있도록 만든 용기(설비)가 바로 로(爐)입니다. 로는 크게 고로와 전기로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우선 고로(高爐)는 철광석을 주원료로 사용하고, 열원으로 코크스를 사용합니다. 철스크랩은 냉매재나 증산이 필요할 때 일부 부원료로 사용되죠. 고로 공정은 철광석으로 쇳물을 만드는 제선공정과 쇳물의 성분을 조정하는 제강공정, 연속주조기를 통해 나온 반제품을 다시 제품으로 만드는 압연공정을 통해 철강재를 생산합니다.
전기로는 철스크랩을 주원료로 사용하고, 열원으로 전기를 사용합니다. 제선 공정이 없으며, 철스크랩을 전기로에 넣고 전극 봉으로 아크(arc)를 일으켜서 쇳물을 만들고, 불순 원소인 유황 가스 등을 제거하는 정련과정, 연속주조기를 통해 나온 반제품을 다시 제품으로 만드는 압연공정을 통해 철강재를 생산합니다.
미래를 위한 친환경 자원
이렇게 분리/정제된 철스크랩은 다시 철강의 원료로 쓰이며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순환 자원으로 변신합니다. 철스크랩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철판, 철근, H빔 등의 철강 제품은 자동차, 가전, 조선, 건설 등 다양한 산업의 소재로 사용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 수명이 다하면 또 다시 철스크랩으로 재활용될 겁니다.
즉,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선형경제가 아닌, 40회 이상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으로 높은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며 환경보존에 크게 기여하는 순환 경제에 아주 중요 한 소재입니다.
또한 철스크랩은 분진, 침출수 발생이 적어 환경 오염 유발 가능성을 낮추고, 형상이나 특성의 변화 없이 간단한 분류 및 정제만으로 철강원료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는 철광석을 원료로 사용하는 것보다 CO2배출 75% 감축 효과가 있습니다. 각국에서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감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점을 고려한다면, 철스크랩은 환경을 품고 미래로 나아가는 대표 친환경 재활용 자원입니다.
우리나라의 철스크랩 현황
우리나라의 조강생산량(쇳물생산량)은 약 7천만톤으로 세계 5~6위를 할 정도로 철강을 많이 생산하는 국가입니다. 또한 인당 철강소비량도 약 1,100Kg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합니다. 대만 약 700Kg, 중국/독일/일본 약 500Kg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죠.
따라서 철강 자원 확보가 중요한데요. 그 중에서도 3대 철강원료 중 하나인 철스크랩의 안정적인 수급이 매우 중요합니다. 소비량이 많은 만큼 우리나라도 일본, 미국, 유럽, 러시아 등에서 매년 400~600백만톤의 철스크랩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정 부분 국내에서도 공급을 받고 있습니다. 철강산업의 3대 원료 중 철광석, 원료탄은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나 철스크랩은 국내에서 공급 가능한 유일한 철강자원으로 국내 자급율이 8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