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제품에서 새로운 가치를 캐내다
철강 부산물을 재활용하던 에스피네이처 단양공장에 새로운 사업부문이 추가됐습니다. 전 세계적인 친환경 및 자원순환 트렌드에 발맞춰 ‘폐가전 RC팀’이 꾸려졌는데요. 시작은 미약하지만, ‘창대한 미래’를 바라보는 폐가전 RC팀을 만났습니다.
에스피네이처 폐가전RC팀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삼표그룹에서 최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이 폐가전 재활용 사업입니다. 전 세계 트렌드인 순환경제 시대에 발맞춘 순환자원 사업의 일환이죠.
에스피네이처는 신사업 추진을 위해 2017년부터 사전 조사를 진행했고, 2019년에 사업 승인을 받아 2020년에 실제 사업에 착수해 단계별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크게 보면 1단계 잔재물 · 잔사(殘渣) 재활용을 넘어 현재 2단계 소형가전 원형 재활용 단계이며 향후 대형가전 재활용 설비까지 구축할 예정입니다.
2020년 신설된 폐가전RC팀은 사업 담당이신 하동호 상무님의 지휘 아래, 전체적인 총괄관리를 맡고 있는 장병인 팀장과, 원료 수급ㆍ제품 판매 등 영업 부문을 담당하는 정규식 과장과 차혁재 사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생산 · 운영 전반을 담당하는 김민욱 과장과 설비 · 자재 · 투자관련을 담당하는 정광섭 과장이 생산부문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는 생산직 직원들이 있습니다.
2020년 9월에 후단(後段) 설비를 초도 구축하고 6개월 정도 일종의 학습 기간을 거쳐 지난해 4월 수직 파쇄기가 설치되어 5월부터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아직까지는 공정 안정화 및 학습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부터 2교대, 12월부터 3교대에 들어갔으니 실질적으로 정상 가동한 지는 한 달도 안 된 상황(인터뷰 시점은 2022년 1월 5일)으로, 현재 생산성과 가동률 향상 및 생산 물량 확대를 도모하는 중입니다.
국내의 폐가전 배출량과 재활용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가전 폐기물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약 9300억 원, 재활용 물량은 무게로 따져 37만7000톤 가까이 됩니다. 그밖에 통계로 잡히지 않는 규모는 이 숫자의 약 30%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에 중소 규모의 56개 기업이 가입해 있는데 그중 업력이 오래된 업체가 10여 년 정도 되고, 매출이 큰 업체가 100~200억 원 정도인 수준입니다.
폐가전RC팀에서 처리하는 폐가전 제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우리가 흔히 생활에서 접하는 전기밥솥, 선풍기, 청소기 등의 소형가전 제품과 폐가전 제품을 1차 파쇄한 파쇄물, 폐모터, 혼합 비철, 혼합 플라스틱, 수처리 폐기물 등입니다. 특히 수처리 폐기물의 재선별, 저급 고철 고급화 등의 틈새시장 공략은 타사가 하지 않는 저희만의 차별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정밀 선별을 위해 200마력짜리 소형 수직 파쇄기를 설치했던 것이죠.
물론 앞으로는 수선별, 대형 파쇄기 도입 등을 통해 냉장고, 세탁기, TV 등 대형가전 제품과 프린터 등의 통신사무기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갈 예정입니다.
처리 공정을 거쳐 다시 쓰임새를 갖게 되는 대표적인 재활용 제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금속이 철인 만큼, 대표적인 것이 출하품은 고철입니다. 그밖에 알루미늄, 스테인레스(SUS, Stainless Use Steel) 등의 비철 금속과 폐전선, 회로 기판(PCB, Printed Circuit Board), 배터리, 플라스틱(ABS · PS · PP · PE) 등의 유가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재활용 공정이 궁금합니다.
입고된 소형 폐가전 기기에서 전선과 배터리 등 수작업으로 분리해야 하는 공정이 필요한 제품은 수선별을 통해 전처리 작업을 거칩니다. 그렇게 처리한 원료, 그리고 그럴 필요가 없는 원료를 설비에 투입하면 먼저 수직 파쇄기 라인에서 일정한 크기로 절단되고 부서집니다. 파쇄물은 풍력 선별기를 거쳐 중량에 따라 2차 분쇄 공정으로 넘어가 일정한 크기로 더욱 작게 분쇄됩니다.
이처럼 과립(Granule, 자잘한 알갱이)화된 원료는 자력 선별기, 비철 선별기, 트로멜(Trommel, 원통형 선별기), 부력 선별기 등의 다양한 공정을 통해 철과 비철 금속(스테인레스 · 알루미늄 · 구리 · 아연 · 납 등)으로 분류하며, 플라스틱 같은 비금속 원료는 염수조 라인에서 유가 플라스틱(ABS · PS · PP · PE)를 회수하고 나머지 알갱이는 폐기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광학 선별기와 에어 테이블(Air Table) 등 더욱 세밀하게 선별하는 설비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단계와 설비를 거치는데, 이 모든 과정을 간단히 표현하면 ‘잘게 부숴 소재별로 선별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저희는 현재 국내 최고 수준으로 파 · 분쇄한 20mm 이하의 작은 입자를 정밀 선별하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럼, 폐가전 처리 공정에 투입되는 물량을 100이라 할 때, 재활용 제품으로 출하되는 물량과 폐기 물량은 각각 얼마나 될까요?
투입 원재 · 원료에 따라 다르지만 소형 폐가전을 기준으로 한다면 출하 물량은 대략 유가 플라스틱 50%, 유가 금속 30% 정도입니다. 폐기물은 20%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더욱 작게 분쇄해 알갱이가 작아질수록 선별하기는 까다로워지지만 그만큼 자원 회수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는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앞으로 설비 확충과 공정 고도화를 통해 회수율을 좀 더 높일 예정입니다.
‘폐가전’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많은 유가물이 나오는군요. 그러면 유가물을 회수하고도 남은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하나요?
폐가전이라는 말과 마찬가지로 ‘폐(廢)’자가 붙었다고 해서 정말 의미 그대로의 쓰레기는 아닙니다. 저희 공장에서 선별 · 분류해 판매하는 재활용 제품 외에 발생하는 폐기물 또한 훌륭한 자원이죠. 현재 폐기물의 대부분은 폐합성수지인데, 이는 에스피환경의 SRF 제조 공장으로 보내집니다. 폐기물 고형연료(SRF, Solid Refuse Fuel) 는 시멘트회사에 보조 연료(Alternative fuel)로 사용됩니다.
현재 단양공장의 처리 용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투입되는 원료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 운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설비인 수직 파쇄기 라인, 현재 설치중인 경량 파쇄기용 임팩트 크래셔와 해머 크래셔 등의 설비 구축이 완료되면 별도로 생산용량이 추가됩니다. 향후 투자될 대형가전 라인은, 냉장고를 예로 든다면 시간당 100대를 처리하는 수준까지 발전해 나갈 겁니다.
앞으로 폐가전RC팀의 비전과 목표를 말씀해주신다면요?
일차적인 목표는 안정화입니다. 지금은 첫걸음 단계로 월 1500톤 처리가 당면한 목표치입니다. 폐가전 재활용 사업은 그 가능성을 누구나 인정하는 매력적인 사업이지만, 아직은 사업 초창기라서 인원, 원재료, 설비 등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지금 당장은 어려운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형국인 거죠.
하지만 많은 분이 관심을 보여주시고 꾸준한 노력과 지원을 통해 어제보다 나은 오늘, 그리고 내일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한마음 한 뜻으로 한 곳을 향해 노력한다면 사업 안정화는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2~3년 뒤에는 200억 원을 넘기고 궁극적으로는 2000억 원까지 끌어올려 국내 폐가전 재활용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삼표그룹 임직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시작은 미미하지만 나중에는 창대하리라”는 격언에 걸맞은 사업으로 성장시키겠습니다. 지금은 우왕좌왕하며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는, 걸음마를 겨우 뗀 아이의 모습일지 모르지만 저희는 하루에 0.001%만이라도 성장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한 걸음, 또 한 뼘, 그렇게 훌륭하게 장성해 집안을 이끌어나가는 대들보 같은 존재가 될 그날까지, 많은 조언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사업 초기 이런저런 일과 차마 말 못할 어려움으로 늘 고생하고 있는 폐가전RC팀에게는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수고하고 있다고, 그리고 잘하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