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으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콘크리트가 등장하기 전 우리는 나무, 흙, 돌 등 다양한 자연의 재료로 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때로는 금세 짓고 또 금세 허물어지기도 했겠지만 친환경적인 방법이었죠.
건축 재료 및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훨씬 더 튼튼하고 오래가며, 안전하고 안락한 콘크리트 건물에서 대부분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생산 및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 고갈, 탄소 배출, 에너지 소비 등의 환경 부하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또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보다 친환경적인 건축 자재를 개발하고 사용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버섯으로 만든 벽돌
동화책이나 게임 속에서 창문이 달리고, 갓을 지붕처럼 인 집의 모습을 본 기억이 있을텐데요. 이런 ‘버섯 집’이 동화나 게임 말고 현실에서도 가능할까요?
2014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등장한 Hy-Fi는 상상 속 모습과는 다르지만 꽤 근사한 버섯집이었습니다. 버섯에 창문을 달고 지방을 올린 건 아니지만, 버섯으로 벽돌을 만들고 그걸 쌓아올린 것인데요. 뉴욕의 건축가 데이비드 벤자민(David Benjamin)이 만든 이 건물으 버섯과 옥수수줄기 폐기물로 10,000개의 벽돌을 만들어 지었습니다. 건물에 사용된 벽돌은 5일정도 배양을 거쳐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전시를 마치고 모두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현실적인 ‘버섯집’은 우리가 흔히 보고 먹는 버섯의 뿌리 윗 부분인 자실체 – 포자를 생성하는 번식기관으로 대, 턱받이, 주름살, 갓 등을 갖추고 있음 – 가 아닌 뿌리 역할을 하는 버섯의 영양기관 균사체(mycelium)로 만들어집니다.
버섯의 균사체는 균사(hyphae)라고 하는 실 모양의 세포들이 갈퀴처럼 퍼져 있어 뿌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균사체는 매우 가늘어 극도로 복잡하고 정밀한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생각보다 강하고, 인장 강도가 높습니다. 또, 곰팡이이기 때문에 물이나 부패에 강하고, 압력에 저항하는 성질도 있죠. 일정 조건에서 생분해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입니다.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소재죠. 이 균사체를 톱밥이나, 짚, 각종 소재와 결합시키면 단단한 형태의 블록을 만들 수 있습니다.
ecovative는 균사체를 이용해 다양한 소재를 만드는 전문 기업으로, 벽돌도 있습니다. 버섯으로 만든 벽돌은 콘크리트 대비 가볍고, 화재에 강하며, 단열효과도 뛰어납니다. 또, 스스로 자라는 벽돌이기 때문에 균열 등이 발생했을 때 복구도 가능할 수 있죠.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부하도 적고 빠르게 생산도 가능합니다. 조건만 맞으면 몇시간 내에도 벽돌처럼 생긴 균사체 블럭을 만들 수 있습니다.
버섯 벽돌로 우주도시 짓기
균사체, 곰팡이로 건축재료를 만들고자 하는 기술을 ‘myco-architecture’라고 하는데 NASA에서도 연구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화성 등 우주에서도 집을 짓기 위해서는 건축 자재가 필요합니다. 다만, 무거운 건축자재를 우주까지 옮기는데는 엄청난 자원이 소요되는데요. 그렇다고 현지에 있는 재료를 사용하기엔 아직 충분한 현지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우리가 원하는 광물과 재료가 있을지도 불확실합니다. 때문에 운반하는데 큰 비용이 들지 않고, 현지에서 생산 가능할 수도 있는 소재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그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버섯, 곰팡이입니다.
작고 가벼운 균사체는 이론적으로 우주로 운반하기 쉬우며, 적절히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건만 제공한다면 빠르게 소재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의 연구지만, 이런 균사체를 이용해 우주에서도 지속 가능한 건축물을 만들 수도 있겠죠.
해조류로도 벽돌을?
버섯 다음에 주목받고 있는 재료는 ‘해조류’입니다. 해조류는 천연 고분자 물질로 이미 식품, 화장품, 제약, 비료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는 해조류 섬유화 공정을 통해 단기간 내에 100% 생분해 되는 일회용 종이컵 제품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죠. 해조류의 이런 자연적인 결합력, 내화성을 활용하면 해조류로 건축자재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해조류의 유변학적 특성(농축 및 겔화 등)을 이용해 콘크리트내에서 결합재로 사용되는 시멘트나 에폭시 수지 등으로 대체해 쓸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를 통해 콘크리트나 몰탈의 결합 강도를 향상시켜 내구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스타트업 Phycoforms는 타 고부가가치 제품의 원료로 사용된 해조류 잔류물을 시멘트 대체물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실용화 된다면 해조류 폐기물을 통한 해양오염을 최소화 하고, 건축재료 생산에 소요되는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