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와 공존하는 콘크리트 조각상, 호주 언더워터 뮤지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세계 최대의 산호초 군락지로 호주 북동부 해안 2,300km에 걸쳐 있습니다. 60,000년 이상이 걸려 자연이 만들어 낸 이 곳은 전 세계 산호초 종의 10%에 가까운 3,000여종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981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만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죠. 이곳에 2020년 8월 특별한 미술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MOUA(Museum of Underwater Art)는 현재 남반구에 위치한 유일한 수중 미술관으로, 영국 출신 조각가 제이슨 디케리스 테일러의 또다른 프로젝트입니다. MOUA는 깐느 수중환경미술관 보다 1년 전에 문을 열었고, 지금도 작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MOUA의 전시는 그레이트 코랄 리프를 관통하며 수면 아래와 수면 위, 그리고 수면 밖까지 이어집니다.
온난화를 향한 경고, 수면 위 오션 사이렌
타운스빌 인근 스트랜드 부두 바닷가 수심 6m에 높이에 설치된 4m의 소녀상은 호주 원주민 울구루카바 부족의 ‘Takoda Johnson’을 모델로 만들어졌습니다.
스테인레스와 고강도 아크릴, 그리고 내부에 202개의 멀티컬러 LED로 만들어진 소녀는 부족의 삶의 터전인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며, 손에는 통신장치로 사용되기도 했던 베일러쉘이 들려있죠. 해질녘이 되면 소녀상이 점등하는데,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데이비스 리프(Davies Reef) 기상 관측소에서 관측한 하루 동안의 평균 수온 데이터를 반영해 그 색이 변합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수온은 산호 생태계에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산호가 하얗게 변하면서 죽음에 이르는 백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산호는 수온에 민감한 생물인데 상승하는 수온에 적응할 새도 없이 소멸하고 있습니다. 최근 30년 동안 지구 상의 산호 50%가 백화 현상 등으로 사라졌다고 알려졌으며 온난화가 계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30년 내에 산호가 모두 멸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뿐 아니라 전 세계 바닷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죠. 이런 지구 적인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자 ‘오션 사이렌’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해저의 수온, 그리고 그 영향을 알아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그 자체로 바닷속 생태계의 변화와 위협을 경고하는 역할을 합니다. 도시에서도 해양생태계에 대한 관심과 영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세워진 ‘오션 사이렌’은 MOUA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조형물입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해저의 집, 코랄 그린 하우스
테일러의 수중미술관 프로젝트는 자연과 문명의 상호작용, 그리고 바닷속 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무해한 건축 재료들로 만들어지는 그의 작품들은 인간을 바다 속으로 초대하는 문화 예술 작품임과 동시에, 바닷속 생물들에게는 새로운 삶의 공간을 제공합니다.
조각상들은 유해한 오염물질이 없는 무독성 시멘트로 만들어지는데, 시멘트는 내구성이 강하고 거친 질감으로 산호의 유충이 표면에 잘 붙고 번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되며, 조각 곳곳에 있는 작은 틈은 물고기와 갑각류의 보금자리가 됩니다. 그 자체로 인공 암초가 되는 작품들은 해양 생물과의 결합을 통해 더 생생하게 살아나고, 그 생태계의 일부로 자리잡게 됩니다.
코랄 그린하우스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내 존 브루어 리프의 넓은 모래에 조성돼 있습니다. 존 브루어 리프 지역은 다양한 산호초 군락과 열대동식물이 살고 있는 환상적인 공간이지만, 사이클론이 잦은 지역이고 물살도 센 편입니다.
이런 자연적 특수성을 고려해 테일러는 20개의 조각상들의 무게를 늘렸고, 해저의 강한 물살을 분산시키기 위한 조치로 40피트 길이의 빗살모양의 프레임을 그 위로 둘렀습니다. 마치 해저온실과 같은 이 작품은, 총 64톤에 달하며, 4등급 허리케인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게 설계되었습니다.
파수꾼의 얼굴
MOUA의 새로운 작품이 바다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완성된 ‘Ocean Centinels’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산호를 비롯한 다양한 해양생물을 지키고 연구하는 8인의 파수꾼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습니다.
조개나 산호 등 생물 위에 파수꾼들의 얼굴을 얹은 형태의 하이브리드 조각상으로, 거대조개 연구 전문가인 리처드브롤리박사는 대왕조개의 몸을, 산호생태학자 카타리나 파브리시우스 박사는 부채산호의 몸을 하고 있습니다. 일평생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해양과학 및 해양분야 연구에 매진한 이들과 자연의 공존을 표현한 작품으로, 5월까지 퀸즐랜드 박물관에 전시중입니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관리공원(Great Barrier Reef Marine Park Authority)가 설치 장소에 대한 승인을 마치면 바다 미술관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